변화의 원동력, 에너지 지금까지 열세 번의 개인전을 하는 동안 <전통에서 오는 소리>라는 주제로 일관되게 작품을 발표해 왔다. <전통에서 오는 소리>란 우리 선조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꼭 해주고 싶은 메시지이다. 그것은 우리 선조들이 우리에게 잘 해보라는 외침이며, 호통, 당부, 기대, 염원, 격려 등으로 이해해도 좋겠다. 이번 열네 번째 개인전에 선보이는 작품 역시 이전의 작업과 연장선상에 있다. <전통에서 오는 소리- Energy>의 Energy는 정기, 원기, 활기, 생명력, 활력 등을 말한다. ‘일을 잘 할 수 있는 힘’ 혹은 ‘어떤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뜻하기도 한다. 이번 개인전은 선조들이 우리에게 이와 같은 Energy를 전해주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나는 작가로서 과거의 우리 선조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해 왔다. 깊은 명상 속에 잠겨 그들과 대화하면서 영감을 받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그런데 명상에 잠겨 그들과 대화를 시도할 때마다 좀 더 잘 해보라고 호통치며 당부했지만, 근래에 들어서 명상에 잠겨 대화하면 이제 쉬엄쉬엄 휴식도 취하면서 여유를 갖고 가라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한 우리들을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Energy를 전달해 주시고자 한다.
 우리 대한민국은 정말 대단한 나라이다. 짧은 기간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빠르게 혁신하였으며, 특히 경제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우리 선조들이 불가능한 일들을 가능하게 했다고 대견해하시면서 칭찬할 만하다. 이런 기적같은 성장은 무엇보다도 부지런한 정신 즉, '빨리빨리 정신'이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빨리빨리 정신은 급하고 기다리지 못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런 정신은 승부욕이 강하며 감정적으로 다혈질 흥분상태로 만들어 곧잘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빨리빨리 정신은 우리에게 대부분 장점이 되어 왔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인의 유전자 속에 오래 전부터 흐르는 특유의 기질인 '신명'과 빨리빨리 정신이 연결되었을 땐 더욱 그러하다. ‘신명’이란 일명 ‘신바람’이다. 이 ‘신바람’ 문화가 우리의 빨리빨리 정신과 연결되어 오늘의 기적과도 같은 경제성장을 이루었으며, 첨단기술이 지배할 미래에도 가장 역동적인 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최고의 자산임이 틀림없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사람들은 우리 민족 전체의 氣의 맥을 끊어놓겠다고 여러 곳에 쇠말뚝을 박곤 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다시 일어났다. 그것은 어떤 쇠말뚝을 박아도 소용이 없는 백두산의 정기를 받고 태어 낳기 때문이며, 빨리빨리 정신과 신바람 기질이 함께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너무 지쳐 있다. 너무 빠르게 달려오다 보니 몸도 마음도 시들해지고,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호흡이 가빠지고 있다. 복잡한 경쟁사회 속에서 서로 부딪히며 긴장하고 방어하다보니, 거의 항상 스트레스 상태에 있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분노, 불안, 고통스러운 감정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모든 것을 잊고 살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현실을 잊어버릴 수도 없으며, 정신적 부대낌과 갈등으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는 모든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지만, 우리 사회는 오히려 더 살기 벅차고 서로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너무 복잡하고 어지러우며 갈등과 충돌로 혼탁해져 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사고와 재난에 휩싸여 근심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고독이라는 늪 속에 빠져 극단의 소외감 속에 그저 가벼운 웃음과 싸구려 감동, 경박한 쾌락만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 안의 기 되살리기 많은 분들이 이번에 발표되는 작품을 통해 선조들의 Energy를 받아 조금이나마 힘을 얻고 삶의 여유를 찾았으면 한다. 우리 이웃 모두가, 이 사회 성원 전체가, 이 민족 모두가 진정한 행복을 누리었으면 한다. 사실 마음과 기氣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말하자면 일상생활에서 야기되는 스트레스는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마음을 먹으면 기가 맑아지지만, 부정적인 마음을 먹으면 기가 탁해진다. 기가 탁해지면 기운이 소진되고 심신이 허약해져 결국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따라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안에 잠재되었던 혹은 잃어 버렸던 Energy를 되살렸으면 한다. 조형형식은 재현과 추상을 혼합하는 방법을 택했다. 추상적 공간에 강렬한 색과 두터운 질감, 형을 구성했으며, 두터운 질감은 깎아 가면서 표현했다. 대상은 자유롭게 재구성 했으며 화면 중심과 주변의 전통을 상징하는 것들 사이에는 춤사위를 하는 여성, 기마인물형 토기, 인물 비슷한 덩어리를 등장 시켰다. 그 밖에도 소재는 새로울 것이 없는 옛 유물을 그대로 착용했다. 옛 유물에는 우리 선조들의 삶과 이상이 담겨 있다. 특히, 생활 곳곳에 무심하게 새겨둔 전통문양에는 건강, 평안, 재물, 관직, 자손 번창에 대한 염원이 표시되어 있다. 나는 다만 이런 옛 유물이 상징하는 염원을 풀어 재해석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옛 유물을 복잡하게 배치하거나 단순화시켰고, 흩트려 놓거나 정리해 놓았다. 또 똑같이 그려 넣거나 추상적으로 자유롭게 표현해 놓기도 하였다. 전시장은 1관, 2관으로 구분되어 있다. 따라서 전시장 1관은 '전통에서 오는 소리- Energy'로 발표하고자 하며, 2관은 메시지 전달보다는 전혀 다른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자연풍경을 감상하고 스케치 한 것들을, 나름대로 적합하고 조화롭게 표현해 그 결과물을 발표하고자 한다. 신의 창조물인 산 - 들 - 강 - 나무 - 꽃 등이 빚어낸 신비로운 모습과 생명력은 끊임없는 관심사가 된다. 나는 한편으로 이와 같은 자연풍경을 동경하면서 순수하게 그리고 충실히 재현해 왔다. 언제나 작가로서의 삶에 감사한다. 이번 전시에 이어 올해 8월 초에는 덴마크 교포의 초대로 코펜하겐에서 15번째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글 김용권 yong7155@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