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의 역사와 흐름에서의 건축 건축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근대이후 지속되어 왔던 건물이 초고층화, 현대화 되면서 상자의 형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형태로 변하고 있다. 디자인 개념 또한 전통적인 건축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와 철학, 미술과 조각 등의 예술성. 산업공학 등의 타 장르와의 적극적인 상호 교류를 실천하는 실험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 내부 공간도 기능적인 면만을 강조하는 형태에서 탈피해 모더니즘과 미니멀리즘의 영향으로 기능성을 살리면서 단순미를 추구하고 있다. 서양미술사를 접하다 보면 건축은 미술의 일부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건축과 미술과는 유사성이 있겠지만 엄연하게 따지면 커다란 차이점도 있다. 건축과 미술의 차이는 건축양식 사조의 흐름으로 보면 그 의미가 좀 더 명확해진다. 서양예술사를 장식하고 있는 수많은 사조들을 보면 건축과 미술이 같은 사조의 이름을 공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로마네스크나 고딕처럼 문명 사조 이름이 양식 사조가 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길게는 바로크나 산업혁명 이후의 18~19세기, 짧게는 20세기로 넘어 오면서 서양예술사는 문명 사조의 이름과 상관없이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시도하고 창출한 사조들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축과 미술이 사조의 이름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둘 사이의 유사성을 보여주는 증거라 하겠다.


현대 건축과 미술, 두 장르의 만남 건축과 미술의 만남은 건축디자인이다. 건축디자인 과정이란 개념을 구체화하여 형태와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형태와 공간의 관계는 불가분의 관계로 외부형태로 인해 내부공간이 형성되며 내부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형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에서 건축 요소를 다룬 사례로는 설치미술installation 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현대 미술 또한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중시하고 이차원적 회화로부터 탈피하는 과정을 통해 결과적으로 설치미술의 큰 특징 중의 하나인 공간적 속성이 강조되었고 좀 더 나아가 건축적공간 자체로 실험과 재미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상업건축공간의 설치미술은, 브랜드의 이미지의 역할을 수행하며 그자체로 하나의 공간이 창조된다는 점에서 설치작업은 건축적 요소가 다분하다. 설치미술은 늘 주변에 존재하는 일상적이고 낯익은 소재들을 사용하여 그것들을 통해 얼마나 새롭고 흥미로운 공간들을 미학적으로 표현하는지에 대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요소로는 디자인Design을 들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미술은 디자인 이란 명칭으로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경제가 발전 할수록 우리 주위에서 미술과의 관련성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생활 속 모든 것이 디자인과 연결되어 있다. 현대인들의 관심은 여가와 디자인, 인테리어 쪽으로 쏠리고 있으며,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각종 상업공간들은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현대 미술의 영역에서 공간을 확대해 보면 공공건물에서의 디자인요소를 들 수 있다. 현재 공공성을 띤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는 그 외부에 미술장식물인 조형물 설치를 건축법규로 의무화 하고 있다. 이는 삭막한 도시에 대중들이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도시의 환경과 미관을 아름답게 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공공 미술이 작가가 추구하는 미학을 표현한 미술이라고 한다면, 공공 디자인Public Design은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미술에서 찾는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공공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우리의 생활과 삶 속에서 디자인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될 만큼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을 비롯한 많은 국내 곳곳에서 시민들과 쉽게 접하는 분야에 대한 공공 디자인을 우선하여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벤치나 간판 등거리를 채운 버스정류소 간판뿐만 아니라 넓게는 건축물까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가 동대문 운동장 부지에 추진하고 있는 동대문 디자인 프라자가 그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고급 디자인 브랜드가 제품의 값과 선호도를 결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공공영역에서도 디자인은 생활공간의 질, 도시 이미지, 국민의 문화적 감수성,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다. 요즘의 미술관이나 박물관 건물들은 작품을 돋보이게 전시하는 공간이라는 기능적 역할에만 국한되지 않고 건축물 그 자체만으로 미술관의 성격이나 상징적인 의미를 표현하기도 한다. 쉽게 표현하자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옆에 위치하고 있는 로댕 갤러리와 삼성박물관 리움이 대표적인 예이다. 로댕 갤러리는 미술의 요소인 미니멀리즘과 건축의 자연재료인 유리라는 소재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그 건물 자체만으로도 전시 작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은 건축물 자체가 작품이다. 이렇듯 미술관들은 독특한 설계와 디자인만으로 아름다운 예술작품이 될 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축 작품이기도 하다.

건축과 미술을 통한 환경디자인 건축 작품과 도시계획의 조화, 파주 헤이리 마을은 현대 건축의 방향을 제시해주며 환경미술과 생태건축을 실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 가족이 있다. 남편은 이웃에 놀러가듯 편한 복장으로 책방에 들러 책을 한권 산후 오는 길에 갤러리나 박물관에 들러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싶어 한다. 아내는 조용한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집으로 오는 길에 아트숍에 들르고 싶어 한다. 아이들은 놀이공원에 가자고 조르고 있다. 이 가족 모두가 휴일에 가고 싶어 하는 곳, 그런 곳이 있다면 사는 것이 참 행복할거라는 생각이 든다. 생활 속에서의 복합공간, 이런 것을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한 마을이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이 아닐까 싶다. 국내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작품인 건축물들은 치장되지 않은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되어 있고 부식철판은 자연스런 모습으로 녹이 슬어있다. 초록 잔디를 지붕 또는 벽면에 얹은 채 세워진 집들은 지형을 그대로 살려서 언덕에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담쟁이덩굴이 건물 벽을 온통 감싸 안고 있고 자연과 건축과 미술이 공존하는 마을, 건물이 통째로 미술관이 되기도 하고 전시관이 되기도 한다. 조형물 하나하나 심지어 길가에 놓여 있는 가로등, 바닥재 등조차 무심히 지나치기 아까운 설치미술품처럼 보인다.소규모 테마파크 어린이들의 놀이방 같은 곳도 있고 전시 관람에 지친 다리를 쉬어가고 싶은 북카페도 있다. 계단이 없이 자연스럽게 위층으로 이동하다보면 어느새 옥상 카페에 다다를 것이다. 카페를 나와 헤이리 마을 한가운데 늪지 공원에서 바람에 움직이는 조각품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즐길 수도 있다. 늪지를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를 거닐면서 헤이리의 노을 속에 잠겨 보는 것도 생활의 여유로움일 것이다. 현대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건축물들과 생태건축과 수변공간, 잡초, 웅덩이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헤이리는 자연속의 건축공간인것이다.
장호면 한양대학교 대학원졸업(공학박사),건축시공기술사, 건설안전기술사, 한국건설안전기술협회 전문위원, 삼육대학교 건축과 외래교수, 국토해양부 중앙건설기술심위위원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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