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예술계 주변에는 투사들 밖에 없는 듯한 삭막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타아他我의 이분법이 뚜렷해진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방랑자들은 6.25 동란 시절의 낡은 국민학교 교과서처럼 널 부러져 있는 부추처럼 강향强香만 가득 머금고 있는 형상이다. 어디를 가건 기회주의자들이 득실거리고, 득이 되는 편에 서서 과거를 숨기고 투사인양 가증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다. 줄을 잘 서야만 출세한다고 농담들을 한다. 조선의 정신을 폄하하는 말들 속에 애써 천안함 도발을 날조하는 족속들이 시대정신을 훼손하고 있다. 무리들이, 무리의 사업이 아니면 무엇이건 딴죽을 건 균형감각을 상실한 예술가들이 있는 한 영웅은 탄생할 수 없다. ‘이리들의 한 철’엔 오히려 수도원이나 묵언수행의 깊은 산속에서 자신을 숙성시키고 있는 성직자들이 우리에겐 영웅일지 모른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서 정치권에 우연히 휘둘리는 순간 예술가들의 예술적 생명은 치명상을 입는다. 명문학교 출신들의 분별없는 사욕을 위한 간교한 실력은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없고, 그것이 아무리 많은 부를 창출한다 하더라도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기희생과 봉사가 수반되지 않는 권력은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없는 부평초 같은 것이다. 노블레스 노마드나 보헤미안은 사라지고 틈만 보이면 빈틈을 찾아다니는 예술 행상들이 보부상보다도 못한 치졸을 보이는 이상 우리의 영웅 탄생은 요원하다. 긴 호흡으로 깊숙하게 와 닿는 선비들은 어디에 숨어 있는가? 법정은 미니 붓다이며 작은 철학자, 선비였다. 사치와 향락에 빠진 세력들의 그릇된 사회관이 부패를 조장하고 국격을 떨어트리며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있을 때, 그는 도도한 선비정신을 살렸다. 모두가 서로를 응원하고 약간의 차이를 인정할 때 우리는 품격 높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창의적 예술가와 찬란한 문화대국을 가지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다. 작은 영웅들의 나라에서 안창호 선생께서 말씀하신 ‘힘을 기르소서’의 주인공이 된다면 우리는 행복하리라!
글 : 장석용 문화비평가 changpa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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