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울림을 주는, 작은 연못 전설 상, 깊은 산속 옹달샘, 작은 연못과 그 연못에 살고 있는 물고기는 순진무구한 사람들과 장소 모두를 상징하는 말이다. 탐욕으로 번진 싸움, 그러나 모두가 공멸한다는 화두를 가진 이 작품은 증언을 토대로 학살이 밝혀진 ‘노근리 사건’ 의 핵심을 훑어간다. 주제의식이 분명한 이 작품은 ‘이상우’ 표 브랜드 연기와 ‘연기투쟁’으로 허기를 때운다. 남은 자들의 기억으로 회자되고 경험한 전쟁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는 불길처럼 번져 뇌관으로 남았다. 결정권자들의 선택이 빚은 실패는 씻을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낳는다. 사실을 입증하기조차 힘들다. 영화선진국의 전쟁영화는 ‘기억’과 ‘방어’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우리영화계는 망각에 가까운 역사인식을 가져왔다. 하나의 새로운 틀을 깨는<작은 연못>에서의 커다란 울림은 시대별 시공간에서의 인간과 주변을 바로 보게 하는 하나의 작업이 될 것이다. 바윗골 사람들은 곧장 <웰컴 투 동막골>의 사람들과 환치되고 동일시된다. 동산에 아침 햇살은 늘 바윗골 사람들의 희망이었지만 피난길의 햇살은 대문바위의 영험과 보호를 받지 못했고 무참하게 희생되었다.

영화 속으로 <작은 연못>은 한국전쟁이 발발된 해, 칠월, 두메산골 충북 영동 황간면 노근리의 철교와 쌍굴 다리로 피난한 순박한 대문 바윗골 사람들을 비롯한 시골 사람 수백 명을 어처구니없는 미군들의 작전명령과 교전수칙에 따라 무차별 사격했다는 제 7기병연대 참전군인 조지 얼리의 증언에 나와 있는 노근리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감독의 역사적 시각을 보여주는 86분에 걸친 다큐멘터리 성향이 짙은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강변하듯 주인공들의 미세한 디테일과 과장된 연기, 클로즈 업 등이 배제되고 미군의 고의적 학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가족캐스팅으로 친가족을 연기자로 참여시킨 점 이 작품의 자연스러움을 살리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의 변형과 추종이 곳곳에 번져있는 있는 이 작품은 제작 자본에서부터 공동기금 모금, 자본주의의 꽃인 대스타들의 단역출연, 열강 미국의 오만함 부각, 카메라 앵글의 의식화, 전쟁의 당사자는 오로지 무능한 정부의 몫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문성근, 송강호, 문소리, 강신일, 故 박광정 등이 연기를 하는 등 품앗이는 무한하다. 마을 사람 모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영화 속의 인물 개개인은 독립적 주인공이다. 인간 내면에 잠재해 있는 갈등과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면서도 전쟁으로 황폐해진 인간성과 자연환경에 대한 분노적 고민은 인류 모두의 공통 분모이다. 그 누구의 영웅적 존재일까? 아쉬움으로 그리는 인물인가? 공헌되는 작품인가? 깊은 산골, 햇살은 따갑게 돌담 위를 내려쬐고, 인민군이 쳐들어오고 있지만, 짱이를 비롯한 아이들에게 전국 노래 경연대회는 여름 열정을 닮아있다. 하늘을 나는 무엇이 보일 듯하다. 궁금증이 일지만 정보는 더디기만 하다. 느린 충청도 사투리, 느리게 가는 시골, 장난 같은 일상 같은 느림의 미학이 볼 만하다.


슬픈 역사의 조망 마을에 전선이 형성된다는 연락과 소개령이 영어와 일본어로 내려진다. 이웃 마을도 지프차는 여유있게 방송을 하고 다닌다. 소통부재의 참담한 현실에서 원족(遠足)처럼 쉽게 생각했던 피난길은 정부나 연합군의 아무런 보호 조치도 없이 아우슈비츠보다 더 황당한 상황이 전개된다. 우리가 월남에서 저질렀던 유사 상황이 전개된다. 난민 중에 민간인으로 위장한 인민군이 끼어있다는 미확인 첩보는 곧바로 부감으로 잡힌 철길위의 사람들을 비행기와 기관총으로 공격한다. CG의 힘을 박은 화면들 가득, 서정적 풍광 위에 포연이 피고, 영문도 모른 채 아비규환의 지옥에 휘말린다. 7월 26일부터 3박 4일 동안 폭격에 살아남은 300여명의 생존자들 가운데 최후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25명이다. 김민기의 작은 연못에서 제목을 단 이 작품은 나비’, ‘작은 연못’, ‘천리길’ 등 김민기의 음악이 들어서고, 영화 수사학에 있어서 약간의 과장과 주장이 있지만 슬픈 역사에 대한 모두의 반성과 참회가 하나 되는 다양성 영화의 범주에서 꼼꼼히 우리의 역사를 재 조망할 수 있게끔 한다는 점에서 소중한 수확물이 되었다.
글 장석용 문화비평가,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회장 changpa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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