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사관의 투쟁기록 흔히 ‘사관(史觀)’은 ‘젖다’라는 표현과 나란히 쓰이는데, 그만큼 사물을 대하고 평가하는 관념이나 기준 자체가 깊게 체화된다는 것이다. 비록 무네요시가 ‘조선민예’를 높이 평가하긴 했지만, 한국적인 정서와 특징을 열등의식으로 변환시키려 한 일본의 예술적 식민사관은 꽤 오랫동안, 혹은 지금까지도 상처처럼 굳은살처럼 박혀있다. 그러므로 김명숙의 ‘최순우의 한국미愛’는 이 식민사관에 저항한 한국미술사의 거목 최순우의 투쟁의 기록이며 연대기다. 고고미술학자이며 미술평론가였던 그는 광복 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활동하며 한국미술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다수의 저작을 펴냈다. 한국미를 한국적인 단어로 표현하기에 그의 평론 또한 예술 그 자체였으며, 우리의 것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려했던 그의 생애 자체가 뜨거움이자 애국이었다. 저자 김명숙 박사는 대학원에서 한국미술사를 전공하면서 한국미술과 그 평가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독자적이며 자주적인 시각으로 불운한 시대의 한국미술을 기술한 최순우는 저자에게 자연스런 연구 동기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 것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평가를 넘어 작품 본질에 투영된 우리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작품을 타자화하며 동시에 나를 투영하는 것이다. 최순우의 한국미술사관 확립과 정리에 대한 업적이 한국미술을 대하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중요한 이유다.
한국 미술에 대한 총체적 분석 ‘최순우의 한국미愛’는 단순히 업적을 넘어, 생애와 연구 과정과 함께 그의 실증주의적 미술사관이 장르별로 어떤 어휘로 서술되는지를 짚어낸다. 이 과정을 통해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가치에 대한 그의 규정을 파악할 수 있다. 한국미술 뿐 아니라 유물유적에도 조예가 깊었던 그의 평론의 총체적 분석 결과, 해학과 은근, 분수, 비작위, 고요, 생략 등의 개념으로 한국의 미를 특징화한다. 이는 동시에 최순우가 한국미술을 바라보는 시선의 갈래들이다. 저자는 최순우의 시선을 통해 한국미술의 현재를 읽어낸다. 최순우의 평론에 깃든 역사와 식민사관에 대한 철학적 고찰과 통탄들을 가져와 모호하면서 난잡한 현대한국미술계의 정체성에 대해 시사하고자 했다. 미술을 하며 동시에 평가해온 저자의 시선은, 최순우를 실증적으로 연구하면서도 지금 한국미술계가 발췌하고 지켜내야 하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를 직시하는 것은 종종 따갑고 아프다. 여전히 존재하는 예술적 식민사관에 대한 논란 역시 다 낫지 않은 상처를 건드리는 것처럼 덧나기 쉬울 것이다. 허나, 그것이 또한 그 어려움 속에서도 본질을 발견하고 빛냈던 누군가를 떠올리고 기려야 할 이유다. 우리의 것을 우리의 가치와 어휘로 풀어낸 최순우를, 그의 생애와 업적을 연구한 저자의 ‘최순우의 한국미愛’를 읽어야 할 이유다.
글 민소연 한울안 신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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